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factory: 컴퓨테이션 - 혁신이 아닌 발명을 듣고 드는 생각 토크에서 웹사이트가 점점 더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고, 자극적인 정보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문제시. 웹 자체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더욱 귀찮은 일로 만들어버리고, 그것을 가속화시키면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웹/웹을 구축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 실제로 사용자들은 (손쉬운 사용에 중독되어서기도 하지만) 더욱 쉬운 사용을 원하고 생각하지 않고 웹에서의 일들을 처리하길 원함. 우리는 이미 너무나 과잉된 정보 / 과정에 노출되어있음(수 많은 광고, 공인인증 과정, 결제 과정 등 사용자의 피로도를 급격하게 증가시킴). 사용자는 웹에서 정보를 얻고 싶어 하지만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만큼 스킵하고 싶어 함. 정보를 스루..
지루한 영상 작품에 대해 지루한 영상 작품을 볼 때면 항상 고민이 된다. 이 지겨운 걸 여기 서서 15분이나 봐야할까? 한순간 눈에 들어오는 회화 작품은 이런 고민을 안해도 되는데, 영상물은 뒷쪽에 혹시나 흥미로운 부분이 나오지 않을까, 지금 이 작품을 지나치면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라는 고민이 뒤따른다. 그러나 사실 나는 이 고민의 답을 잘 알고 있다. 처음 봤을 때 부터 재미 없고 별 거 없어보이는 영상은 뒤로 가도 지루하고 별 거 없으며, 보지 않고 지나친다고 해서 후회되는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다. 처음부터 재밌는 영상은 뒤로 갈 수록 더 재밌고, 재밌는 영상을 한 번 더 보지 못한 것만 후회될 뿐이다. 그리고 지루한 영상을 참고 봐도 남는건 분노 뿐이다(이딴걸 15분이나 봤다니!). 앞으로는 더욱 과..
무용의 순간 무용의 순간 moment of dance 를 무용의 순간 moment of useless 로 읽고 이렇게 멋진 제목이 있을 수 있다니! 하고 놀랐다. 나중에 뭔가를 창작한다면 제목으로 써봐야지. 무용의 순간.
수전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 손택은 예술작품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작품의 내용이 작품 자체라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예술작품에 내용이라고 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믿음 자체가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해석은 절대적 평가가 아니고 시대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하나의 ‘번역’ 작업이며, 단지 예술작품을 해석하기 위해 접근하는 습관일 뿐이다. 해석은 과학적 계몽주의의 ‘사실주의적’ 세계관이 신화가 지녔던 권능과 신화에 나타난 믿음을 깨부숴버린 고대의 후기 고전주의 문화에서 처음 나타난다. 신화 이후 시대의 의식에 이 의문이 들어서자, 더 이상 옛 형식 그대로 텍스트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옛 텍스트를 현대적 요구에 일치시키기 위해 해석이 필요하게 됐다. … 해석은 텍스트에 담긴 명백한 의미와 (후세) 독자의 요..
읽은 것에 대한 짧은 생각 오직 초록색이 있고 붉은색이 있을 뿐이며, 그것이 전부이다. 그것들은 사물이며,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 → 그것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나는 살고 싶고 또한 살고 있어. 비록 논리를 거스르고 있다고 할 지라도. 비록 사물의 질서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봄이면 새싹을 틔우는 작은 이파리들이 내겐 소중하고, 파란 하늘이 소중하고, 때로는 이유 없이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 소중하며, 이미 오래 전부터 그런 믿음을 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아득한 기억에 따라 사람들이 진정으로 존경해 온 인간의 또 다른 위업이 소중한거야. ...궁극적으로 내가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의 이 세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그래, 아예 용납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렴. 난 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이미지의 운명 랑시에르의 이미지의 운명은 문장이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어도 또 좋다. 햇빛에 반짝이는 약간의 먼지, 파라솔의 물결무늬 위로 떨어지는 녹은 눈의 물방울, 당나귀 주둥이의 잎사귀, 이것들은 물질에 의한 비유로, 이것들은 사랑의 이유를 사물들의 근거의 커다란 부재와 필적하게 함으로써 사랑을 발명한다. [83p] 모든 이야기가 문장으로 흩어지고, 이 문장 자체도 단어로 흩어지는 세계. [83p] 중요한 것은 영화가 그 시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세계를 만든다는 것, 영화가 세계를 만들어야 했다는 것을 확정하는 것이다. (…) 이 연쇄의 역량은 동질적인 것의 역량, 즉 어떤 공포스런 이야기를 이용해 나치즘과 절멸에 관해 말하는 역량이 아니다. 그것은 이질적인 것의 역량, 즉 샷의 고독..
올해의 문장 개인적으로 꼽아본 올해의 문장들. 인식은 성과를 거두려면 철저히 몰두하는 태세로(바닥을 잃은 채) 대상을 향해 몸을 던져야 한다. 이로써 생겨나는 현기증은 진리의 지표이다. 틀에 박힌, 불변의 권역에서 대두될 수밖에 없는 포용의 충격이란, 거짓에만 해당되는 진실이다. (테오도르 아도르노, 부정변증법, 재인용)주저 없이 객체를 향하고, 힘과 물질의 세계를 포용하며, 그 어떤 근원적 안정도 없이, 개방의 갑작스런 충격으로 번뜩이는 낙하. 고통스러운 자유, 지극히 탈영토적이며, 따라서 언제나 이미 미지의 대상인 것. 낙하는 폐허와 종말, 사랑과 방치, 열정과 굴복, 쇠퇴와 파국을 뜻한다. 낙하는 타락이자 해방이고, 사람이 사물로, 사물이 사람으로 변신하는 상태이다. 낙하는 우리가 견디거나 즐길 만한, 포용할만..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당신은 때때로 그런 일이 없어요?” 하고 레옹이 말을 계속했다. “옛날에 가졌던 막연한 생각이라든가 아주 먼 곳에서 되살아오는 것 같은 어떤 알 수 없는 이미지, 또는 자신의 가장 은밀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것을 책 속에서 발견하는 일 말예요?” p.141그 밖에 다른 무슨 할 얘기는 없을까? 그러나 두 사람의 눈은 더욱 진지한 어떤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평범한 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동안에도 그들은 똑같은 번민이 두 사람을 사로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깊고도 계속적인 영혼의 속삭임과도 같아서 육성의 속삭임을 압도하는 것이었다. 이 새로운 그윽함에 놀란 나머지 두 사람은 그 감각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하거나 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미래의 행복은 열대 지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