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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글들 나를 잠식한 이 감정의 포화가 한달 뒤 없어진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것이 결코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시 내 안에 깊이 때를 기다리며 잠식한다는 것 또한 안다. (110213) 단순한 생각들이 꼬여있어. 꼬일 것도 없는데 꼬여있고 어느 순간 보면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어. (120108) 이틀 내내 울기만 했어. 사실 내가 왜 우는지 아는 때보다 모르는 때가 더 많아. 그건 흔적이야. 한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어. 아무런 오점도 없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어 그렇지만 어디서부터 오는거지? 새로운 흔적으로 덮으면 묻힐까? 아니면 계속해서 날 흔들어댈까? 너무 무거울까봐 다 쏟아낼 수 없었어. 너무 무거우면 중심을 잃어. 내가 가장 못참는 건 단념하는 거야. 지치고 질리는 거야. 그것들이 내게 가까이..
헛것 / 심보선 심보선, 즐거운 생일, 중 일부
정체성 / 밀란 쿤데라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그에게 흘러간다.’ ​라는 말은 근본적 문장이야. 그분들의 문제는 시간이고, 시간을 흘러가게 하고, 절로, 그분들은 힘들이지 않고, 걷다가 지친 사람처럼 굳이 시간을 따라가지 않고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아주머니는 말을 하는거야. 아주머니가 쏟아내는 단어는 슬그머니 시간을 움직이게 하는 반면 아주머니 입이 닫혀있으면 시간은 정지되고, 묵직하고 거대한 시간이 어둠속에서 뛰쳐나와 불쌍한 아주머니를 공포에 떨게 만들지. 그래서 겁에 질린 아주머니는 누군가를 찾아 수다를 떠는거야, 맞아. Milan Kundera, 정체성
무의미의 축제 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 입으로, 완벽한, 그리고 전혀 쓸모없는 공연...... 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불가능 / 조르주 바타유 나는 나의 이야기들이 어떤 의미에선 불가능에 확실히 가닿아 있다고 믿는다. 사실 그 점을 떠올리는 데엔 갑갑한 통증이 따른다. 이 통증은 아마도 공포가 이따금 내 삶에 현존한다는 사실에서 연유할 것이다. 그런가하면, 비록 허구 속에서나마, 공포만이 거짓의 공허감에서 여전히 나를 벗어나게 해주는 탓일 수도 있다... - ​ 그런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그녀에게 다다를 수 없는 나의 무능함이다. 아무튼 그녀는 나를 따돌리고 만다. 그러길 바라는 장본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점, 고로 내 사랑은 기필코 불행해야 한다는 점이 내가 앓는 가장 지독한 병이다. 실제로 나는 행복을 더 이상 찾지 않는다. 그녀에게 행복을 주고 싶지도, 내가 행복을 취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항상 불안에 시달리는 그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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